포스테키안

2019 봄호 / 문화 거리를 걷다 / 뮤지컬 무대 위에 서기

2019-04-18 78

문화 거리를 걷다 / 뮤지컬 무대 위에 서기

 뮤지컬 동아리가 공연하고 있는 이미지

혜화역에 내리면 수많은 뮤지컬 포스터가 저희를 반깁니다. 대학로를 걷다 보면 많은 극장이 저희를 유혹하죠. 혹시 대학로에 널려있는 포스터나 극장들, 혹은 거리에 있는 뮤지컬 포스터나 광고를 보며 자신이 그 무대 위에서 연기와 노래를 하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저도 그런 상상을 하곤 했는데, 얼마 전에 그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 냈습니다. 이번에 그 이야기를 살짝 해볼까 합니다.

혹자는 “웬 뮤지컬?”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제 주변 사람들도 제가 뮤지컬을 한다고 하니까 저 반응을 보였어요. 아직도 저는 제가 뮤지컬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뮤지컬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고등학교 때 보았던 “오페라의 유령”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음악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틀어 주셨는데 아직 종종 볼 정도로 인상 깊게 봤습니다. 역동적인 무대 세트, 수많은 앙상블과 배우들의 연기와 넘버(노래)들이 제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언젠가 한 번쯤은 저도 무대 위에서 서서 연기와 노래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을 가지고 살다 보니 어찌어찌하여 진짜로 무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포항에서 뮤지컬을 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오피카라는 뮤지컬 동아리가 있었지만 저는 이미 스틸러라는 밴드 동아리를 하고 있었고, 이 둘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저는 뮤지컬을 잊고 지내다 휴학을 하게 되었고 지금 제가 활동하고 있는 피타펫이라는 뮤지컬 동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하자면, 먼저 극본이 나오면 배우들이 모여서 대본 리딩을 진행합니다. 리딩이란 거창할 게 없고 단순히 앉아 대본을 읽는 것인데, 그러면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차차 알아갑니다. 리딩을 마치면 캐스팅 오디션을 진행해 자신의 역할을 확정합니다. 이후에는 다음의 과정을 거쳐 차차 극을 완성해 나갑니다. 연기와 동선을 짜고, 상대역 배우와 함께 합을 맞춰 보기도 합니다. 넘버들을 연습할 때 저는 동아리를 했던 형에게 보컬 지도를 받으며 화음을 맞춰봤습니다. 이렇게 동선과 연기, 넘버 연습이 완성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실전처럼 극을 돌리는 풀런을 진행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으로 약 2달 동안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연습 과정이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매 연습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습니다. 1월에는 11시부터 5시까지, 2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습을 했습니다. 이렇게 6시간, 12시간의 긴 시간 동안 연습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연출이 원하는 캐릭터의 방향과 제가 표현하는 캐릭터의 방향이 달라 마찰이 있었기도 했고 그 외의 많은 문제 때문에 연습 과정에 갈등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연습 과정을 마치고 처음 무대를 보았을 때, 그리고 의상을 다 갖춰 입고 마이크를 차고 무대에 섰을 때는 연습하며 쌓였던 피로가 다 날아가고 뭔지 모를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저는 5일 동안 8번의 공연을 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던 점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조명이 켜지고 극이 시작되면 이상하게 힘이 났습니다. 극이 끝나고 커튼콜을 할 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도 느껴졌습니다. 가끔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것이 강력한 중독성이 있다고 말하는데, 무대에 직접 서보니 연습의 고단함을 잊게 만드는 그 중독성을 알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노래나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서 뮤지컬을 한 것은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노래도 잘 못하는 것 같고 연기도 그저 그래요. 그러나 뮤지컬이라는, 어찌 보면 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일을 하게 된 원동력은 하고자 했던 강력한 열망이었어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 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겁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저는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신과 어울리지 않든, 남들이 안하는 것이든 뭐가 됐던 어때요. 인생에서 한 번뿐인 기회일 수도 있는데.

  생명과학과 16학번  한태영

생명과학과 16학번  한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