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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봄호 / 지식더하기 Ⅱ / 세포의 아름다운 희생 세포자살

2019-04-18 59

세포의 아름다운 희생 세포자살

세포의 아름다운 희생 세포자살 이미지

여러분이 모두 뱃속의 태아일 때, 여러분의 손이 개구리와 같이 물갈퀴가 있는 손이었다는 것을 아시나요? 태아의 손은 마치 손모아장갑(벙어리장갑)을 낀 것처럼 생겼다고 합니다. 태아가 자라면서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이어주는 세포들이 정해진 수명에 의해 사멸하며 우리가 흔히 아는 손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렇게 세포가 정해진 수명에 의해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하는 것을 세포자살(apoptosis)이라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포가 직접 프로그래밍한 방법을 통해 자기 죽음을 택하는 세포자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세포의 죽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뉠 수 있습니다. 바로 세포괴사(necrosis)와 세포자살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세포가 외부의 환경에 의해 무질서하게 파괴되는 일종의 타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포괴사는 화상과 타박상, 독 등에 의해 삼투압이 커진 세포 내부로 물이 유입되어 터지고 그 기능을 잃는 것입니다. 반면, 세포자살은 정해진 세포의 수명이 다하거나 활성 산소와 같은 세포에 독성인 물질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주어 DNA의 손상 혹은 세포주기의 결함이 생겼을 때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세포자살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게 될까요? 세포자살은 세포의 안과 밖에서 주는 신호들로부터 일어나는 일련의 신호전달 과정을 거치며 일어납니다. 세포 안에서는 p53이라는 단백질이, 세포 밖에서는 세포자살에 관련된 신호 물질을 받은 수용체들이 신호전달 과정의 시작점이 됩니다. 이들은 연속적으로 다른 물질을 활성화하며 신호전달 과정을 거치게 되고 미토콘드리아에서 사이토크롬C(cytochrome C)를 방출시킵니다. 이 사이토크롬 C는 caspase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데, 이 단백질이 세포의 DNA를 절단하며 세포를 파괴합니다. DNA가 절단된 세포는 수축했다가 조각조각 단편화되며 이것을 주변의 식세포가 잡아먹는 방식으로 죽음을 겪게 됩니다.

 그렇다면 세포는 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일까요? 사실 세포의 이러한 희생은 전체 개체로 보았을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세포자살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초기 발생 과정에서 우리 몸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것입니다.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세포가 생기고 또 사라지며 성체와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둘째는 이미 많은 분열을 거친 노화된 세포나 내부에 이상이 생긴 세포의 수명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DNA에 손상이 생겨 특정 단백질의 기능에 결함이 있거나 세포 주기에 이상이 생긴 세포는 쉽게 암세포로 변할 수 있습니다. 세포자살은 암세포가 되기 전에 세포를 없애는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약 50% 이상의 암에서 세포자살을 일으키는 p53 단백질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포자살은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자극의 방어기제로도 사용됩니다. 세포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이 되었을 때, 세포독성 T림프구는 감염된 세포를 인지하고 퍼포린과 그랜자임이라는 효소를 분비합니다. 퍼포린은 감염된 세포에 구멍을 뚫고 그랜자임이 이를 통해 들어가면서 caspase를 활성화해 감염된 세포를 죽게 합니다. 만약 이런 세포자살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분열을 멈추지 않아 신체에 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세포는 이렇게 스스로 프로그래밍 된 세포자살을 택하며 하나의 개체를 살리기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세포가 새로 분열되는 것보다 분열되는 것을 통제하고 점검하는 세포자살과 같은 작용들이 생명체 내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최근에는 암과 같은 질병을 치료할 방법으로 ‘세포를 올바르게 죽게 만드는’ 세포자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존을 갈구하는 세포가 이미 유전자에 스스로 자신을 죽게 할 방법을 만들어 놓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알리미 23기 생명과학과 17학번 김윤희

알리미 23기 생명과학과 17학번 김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