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봄호 / 포스텍 연구소 탐방기

2019-04-18 28

포항가속기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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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키안 구독자 여러분은 현미경을 이용해서 실험해 본 적이 있나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주로 사용한 현미경은 아마도 빛과 렌즈를 이용하여 물체의 확대된 상을 보여주는 광학 현미경일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이 광학 현미경을 이용해 얼마든지 상을 확대하여 관찰할 수 있지만, 사용하는 광원의 파장 한계로 분해능이 떨어지고, 확대할수록 비치는 빛의 양이 줄어 상이 어두워지게 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발명된 것이 여러분이 대학에 와서 자주 사용하게 될 전자선을 사용하는 좀 더 커다란 장비인 전자 현미경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보다 훨씬 큰 1.1km 길이의 현미경이 있다면 믿으실 수 있겠나요? 포스텍의 위치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가 그 주인공인데요, 이번 봄호에서는 이러한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포스텍의 상징과도 같은 가속기연구소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Interview 포항가속기연구소 대외기획팀 문지현 선생님

01
포항가속기연구소(PAL)를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포항가속기연구소는 방사광을 이용한 첨단 실험 기법의 개발과 실험 수행을 통해 우수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지속적인 첨단 가속장치를 개발하여 기초과학과 산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며 더 나아가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전 세계적인 과학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1988년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7년간의 건설 기간을 통해 1994년 세계에서 5번째로 3세대 방사광가속기(PLS-I)을 완공하였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빔라인(실제 실험 및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방사광이 방출되는 장치) 증축과 2009년부터 3년간 진행된 성능 향상 사업을 거쳐 현재 33기의 빔라인을 보유한 3세대 방사광가속기(PLS-II)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2011년부터 5년간 국비 4,038억 원 및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260억 원의 건설비를 들여 세계에서 3번째로 총 길이 1.1km에 이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PAL-XFEL)이 완공되었습니다. 이후 2017년부터 이용자 실험이 시작되어 훨씬 더 밝고, 미세한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02
방사광가속기의 존재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선 방사광가속기라는 것은 전자가 자기장을 지날 때 궤도가 휘어지면서 접선 방향으로 나오는 빛을 이용하는 장치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반적인 실험실에서 쓰이는 현미경은 그 광원의 한계로 인해 물체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는데, 방사광의 경우에는 다음의 특성들로 인해서 훨씬 더 미세한 영역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방사광의 밝기 태양보다도 100경 배나 밝은 방사광의 밝기는, 아주 미세한 세계에서도 여러 번의 노출 없이 시료가 손상되기 전에 정확하고 선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방사광의 파장  6~0.1nm의 매우 짧은 파장을 가진 방사광은 크기가 1m의 십억 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나노 크기의 물질을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방사광의 펄스적 특성 방사광은 그 크기도 아주 작고 번개가 번쩍하는 순간보다 짧은 수십억~수십조 분의 1초의 빠르기로 화학 촉매반응, 분자 결합, 생체반응과 같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변화 과정을 모두 포착할 수 있습니다.

4세대 방사광의 결맞음 4세대 방사광은 각각의 전자에서 발생한 빛의 파장이 공간적으로 잘 정렬되어 멀리 가도 퍼지지 않고 강하게 잘 유지되는데, 이러한 우수한 특성은 단백질과 같은 작은 물질의 구조를 해석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이렇듯 방사광가속기는 기존의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분자, 원자 단위의 매우 미세한 세계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화학 반응의 변화 과정과 같은 동적 현상을 관측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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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연구 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위에서 나열한 방사광의 특성으로 인해 현재까지 포항가속기연구소는 한국 첨단과학의 심장으로서 대부분의 과학 분야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단백질/생체 구조 연구, 결정 및 비결정체의 미세구조 분석, 물질의 표면/계면의 구조 연구, ppm 단위의 미량분석, 화학/촉매 연구 등의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응용 분야에서는 기가 DRAM 이상 초고집적회로 제작, 고온 초전도체나 고온 세라믹 등의 신소재 개발, 세제 및 신약 개발, 심장병 진단, 미세 로봇 제작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생명과학, 재료과학, 나노기술, 화학 분야에서의 연구 및 그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명과학 질병단백질의 구조 파악을 위하여 유전자 조작으로 질병단백질을 다량 추출한 뒤 순도 높은 상태로 결정화하고, 이를 방사광을 이용해 회절 무늬를 얻은 뒤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하면 질병 단백질의 3차원 구조와 기작원리를 규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개발, 고해상도 종양 촬영을 통한 암 치료법 개발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비아그라의 기작원리를 규명하여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잡지인 Nature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재료과학 두께가 수백 나노미터밖에 되지 않는 유기반도체 물질의 분자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방사광에서 나오는 강력한 X-선이 필요합니다. 유기반도체에 X-선을 비추고 이로부터 얻어지는 회절 무늬를 분석하면 전기적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자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여러 물질이 구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낼 수 있어 종이처럼 접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유기반도체 물질의 특성 연구 및 연료전지, 수소 저장 재료 등 친환경 미래 배터리 개발 등의 연구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나노기술 일반적으로 직접회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자외선 기반의 리소그래피 기술은 깊이가 얕은 평면 구조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방사광에서 나오는 X-선을 이용하면 더욱더 깊고 입체적인 구조물을 만들 수 있어, 더 작고 정밀한 기계 부품과 복잡하고 미세한 전자회로 패턴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사람 몸 안에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나노로봇에 들어갈 초소형 기계 부품을 제작하고, 고집적 저장매체 개발에 응용할 수 있는 고분자 나노 패턴 구조 주형을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화학 원자 속의 전자들은 고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방사광에서 나오는 X-선을 비추어 광전효과로 튀어나온 전자들의 에너지 값을 측정하면, 물질이 어떤 원자들과 결합하고 있는지 분석할 수 있으며 결합 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아주 적은 양의 재료도 성분 분석을 할 수 있으며 그 구조가 온도나 압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사망원인을 파악하였으며, 지방층을 없애 표면에 하얀 지방층이 생기지 않는 초콜릿을 개발하기도 하였고, 제올라이트나 그래핀 등의 차세대 신재료, 신제품 개발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포항가속기연구소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 연구환경을 제공해 21세기 한국과학의 미래를 이끌어 가는 최선봉에 설 것이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포스텍의 초대 총장님이신 김호길 총장님의 간절한 염원으로 건설된 이곳 포항가속기연구소, 여러분도 시간이 된다면 홈페이지를 통해서, 아니면 저처럼 포항가속기연구소 과학관에 직접 방문해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탐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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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미 23기 신소재공학과 17학번 이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