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테키안

2019 여름호 / POST IT

2019-07-18 555

POST IT / 포스텍 출신 유학파 예술인&기업인 이지연 선배님

포스텍 출신 유학파 예술인 & 기업인 이지연 선배님

포스텍 물리학과 출신의 유학파 예술인이자 기업인! 이번 POST IT에서는 현재 포스텍 총동창회 회장직에 재임 중이시며, 건강식품 원료를 유통, 제조하는 ‘온플랜비’의 대표를 맡고 계신 이지연 선배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이공학도로서는 조금 독특한 진로를 선택하셨는데요, 그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으셨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항공대 물리학과 88학번이고 현재 포항공대 총동창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지연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건강식품을 제조하고 연구, 개발, 유통하는 ‘온플랜비’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졸업 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졸업하고 삼성종합기술연구원(종기원)의 가상현실팀에 들어가서 연구원 생활을 3, 4년 정도 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미술이나 디자인 쪽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그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은 가상현실팀 연구원 생활을 하는데도 그림이나 디자인 쪽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모션캡쳐 센서를 통해 받은 데이터로 가상현실 이미지를 그려내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는 순수예술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고민 끝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었습니다. 그길로 미국에 유학하러 가서 시카고 예술대학에 2학년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의 삶을 살다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온플랜비 회사를 운영하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학부 3년, 대학원 2년, 졸업 후에 미국에서 작가 활동을 하면서 1년, 총 6년을 미국에서 있었어요. 그리고 2005년에 한국에 들어왔어요. 그때 작가 생활을 하면서 중국에 가서 전시도 하고 그림도 팔았습니다. 서울과 포항에서도 작품을 전시하면서 작가로서의 삶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가족 중에 조카가 갑자기 아프면서부터 모든 것이 변했어요. 결국에는 크게 손을 못 쓰고 조카를 잃었고, 이 경험으로 인해 건강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건강을 잃으면 할 수 없겠구나’ 라는 것을 깨닫고 작가 생활에 공백기를 가졌어요. 제 삶을 돌아보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 건강을 잃는 것,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차라리 건강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것들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서 결국 2016년에 온플랜비라는 회사를 차리게 되었어요.

온플랜비는 어떤 회사인가요? 회사의 궁극 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건강을 평소에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건강식품 원료를 유통하고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아로니아 원액을 베이스로 하는 농축 제품, 주스 제품을 온·오프라인에서 팔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이다 보니 최대한의 이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윤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직원들에게도 삶의 활력이 되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오는 제품들이 사회, 국가,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서 이윤을 만들게 된다면, 나중에는 더 크게 사회 등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포스텍 졸업 이후에 이공계 일을 하지 않으시는데도 동창회 일을 열심히 하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총동창회의 일에 임하셨나요?

저는 저의 에너지나 시간을 들여 더 많은 사람들이나 조직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똑같은 한 시간이라도 자신, 혹은 A라는 한 사람을 위해 쓰는 것보다, 백 명을 위해 한 시간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제 주변의 그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으로 동창회가 생각이 났어요. 모교는 저에게 큰 의미가 있거든요. 포항공대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지원도 아주 많았고, 좋은 시설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줬습니다. 좋은 혜택들을 제공해 준 학교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고마웠어요. 그것들은 두고두고 저의 양분이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모교에 대한 고마움이 늘 있다 보니,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시간이나 자금 등으로 돌려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총동창회 일 말고도 교내 여러 행사에 참석하시고, 또 후배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학교에서 제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죠(웃음). 30년 전에 학교를 다닐 때는 막막했던 점이 많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데,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그 이유가 주변 친구들만 잘되고 나는 안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비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자꾸 비교하다 불행해지기 시작하는 거잖아요. 가진 그대로의 즐거움을 찾으면 되는데 말이죠. 그래서 어린 후배들과 같이 무언가 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보면 힘든 일도 다르게 보일 수 있으니 너무 고민하고 힘들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사람은 변하는 유기체잖아요. 시간이 흐르거나 상황도 변하며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변화를 즐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도 나누고 싶어서 도울 수 있거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때 함께 할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저도 후배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으니, 서로 주고받으며 즐거운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의 꿈은 포스텍의 일반 학생들과 조금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포스텍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공부했으면 어떠셨을까요?

물론,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대학을 오기 전에 잘 할 수 있거나, 좋아하는 일을 다 알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해보면 맞는 친구도, 맞지 않는 친구도 있고 대학에 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보고, 그 다음에 결정하면 되는 것 같아요.

‘물리와 예술의 끝이 맞닿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물리를 하고 예술을 했는데, 장점이 있었습니다. 예술만 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나 내용을 생각해서, 굉장히 신선한 방법이 생기는 거예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교수님께서 “너는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미술을 하는 사람과 좀 다르다. 너는 왜 이렇게 다르지? 너는 뭘 했니?”라고 하셔서 “저는 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연구원 생활을 하다 왔어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미술을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한 부담을 전혀 갖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지금까지 해왔듯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미술과 예술의 특징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표현하는 것이고 공학이나 연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찾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보면 그 둘이 흡사한 것 같습니다.

포스텍 출신 유학파 예술인 기업인 이지연 선배님과 인터뷰 후 기념사진

가진 그대로의 즐거움을 찾으면 되는데 말이죠.

사업은 또 다른 것인데, 공대의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

물리를 한 것이 사업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방법을 찾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입니다. 학부 때 많은 문제들을 풀며 어떻게 하면 잘, 빠르게, 간결하게 풀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고민하는 과정을 훈련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제를 직면하면 해결방법을 찾는 것을 재밌어하며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방법, 문제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법 등이 학부 시절 경험했던 것이라 도움이 됐습니다.

포스테키안을 구독하는 고등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도 고등학교나 대학 시절 힘들 때가 많았지만, 돌아보니 힘들어 하거나 자책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회는 많고 넘어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건강하기만 하다면, 그 에너지를 쌓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저는 전공을 여러 번 바꿨습니다. 아주 막막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 제가 지금 하는 일들이 남들과는 다르게 발전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포항공대처럼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며,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을 응원하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열정이 가득하신 선배님 덕분에 인터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즐거움이 있다는 선배님의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하고 있는 일들의 즐거움을 찾아 지금의 힘든 순간이 나중의 자신을 위한 자양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하고, 무엇이든 즐겁게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알리미 24기무은재학부 18학번 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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